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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걸스 온 탑
    카테고리 없음 2020. 12. 30. 17:36

    걸스 온 탑(Girls on Top), 2017

    ●이옥섭, 구교환 감독

    ●정우희 이주연 주연

    ★★★☆

    "선인장이 너에게 포옹이 필요해?"라며 눈먼 대사다. 주인공은 선인장을 버리고 온다. 방 한구석에서 작은 자리를 차지하고 함께 살아온 선인장이 천장을 뚫을 기세로 자랐기 때문이다. '네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있을 수 없는' 주인공이 선인장을 버리고 올 때의 말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애완동물을 기르고 저런 대사를 말해서 버려버리는 사람은 심하게 욕을 먹는다. 그렇다면 식물은? 글쎄요, 식물의 행복을 생각하고 키우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이 아닐까. 설사 형편이 어려워 밖에 버려도 큰 비난을 받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왜 동물에게만 엄격하느냐는 질문을 하고 싶지 않다. 의문의 핵심은 '함께 살기 위해 데려와 식물이라는 이유로 그 개체의 행복을 생각하지 않는 행동은 옳은가?'이다.

    물론 이옥섭, 구 교환 감독의 핵심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은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별다른 표현 없이 곁에 있어 줄 만함, 그 또한 사랑의 일종으로 볼 수 있고 영화는 그것을 메인 메시지로 전하고 있다. 사랑을 보는 따뜻한 시선은 영화 전반에서 계속 볼 수 있다. 주인공과 대화하는 친구의 태도는 한없이 따뜻하고 배경과 D.I도 같다. 거기에 박힌 선인장까지 안아보려고 애쓰는 주인공의 행동은 이게 사랑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한 점이 있다. 선인장은 그녀에게 껴안아 달라고 한 적이 없다. 직접 물어보지도 않은 것에 대해 혼자서 오해하고 본인의 자격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 이것이 사랑의 치명적 맹점이다.

    결국 주인공은 선인장을 다시 데리러 간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습 중 가장 자유로워 보인다. 선인장을 사랑하는 법을 다시 터득하고 그녀를 찾아가는 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처음에는 설마 애완동물을 버리고 죄책감을 느끼려나?하는 생각에 걱정도 잠시 했지만 선인장임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다 보고 난 뒤 버려진 개체가 식물이었다는 사실에 다행을 느낀 내가 좀 한심하달까.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다. 힘든 액션도 감정도 없지만 너무 따뜻해서 보는 내내 입이 떨어지지 않는 영화였다. 2X9 구독 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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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1 소감 20.05.03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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